日기업, 자국 아닌 韓서 특허소송 낸 까닭

입력 2021-12-24 17:43   수정 2021-12-24 23:55

2차전지 분야의 국내 강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일본 기업과 ‘특허 전쟁’에 돌입해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의 소부장 기업 육성 의지가 특허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시작된 한·일 특허전쟁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62민사부(부장판사 김성훈)는 일본 2차전지 분리막 소재 업체 아사히카세이가 국내 업체 더블유스코프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아사히카세이는 “더블유스코프가 2차전지용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조·판매 금지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더블유스코프가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더블유스코프 측은 지난해 “아사히카세이 측 특허가 특정되지 않아 이를 피해서는 2차 전지막을 만들 수 없다”며 특허무효소송을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특허심판원은 “기술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하지만, 해당 분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취지로 아사히카세이의 특허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더블유스코프와 아사히카세이의 소송은 국내에서만 진행 중인 것이 아니다. 아사히카세이는 이미 더블유스코프 제품의 중국 유통사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중국 법원 1심에서 침해 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아사히카세이는 오히려 ‘안방’인 일본에서는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 변리사는 “일본의 특허심판은 매우 자세한 부분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권리 범위가 한정적이라 침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반면 한국이나 중국은 조금 더 폭넓게 특허를 인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특허 침해를 인정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더블유스코프 측은 지난해 특허무효 소송 패소에 불복해 특허법원에서도 불복 심판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특허침해 소송은 특허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며, 내년 3월 25일 재판을 재개할 예정이다.

특허법원에서도 아사히카세이의 특허를 인정할 경우 더블유스코프는 더욱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2차 분리막에서 나오고 있어, 최악의 경우 업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韓 소부장이 넘어야 할 산 ‘특허’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아사히카세이가 한국의 중소기업인 더블유스코프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특허소송은 글로벌 기업 간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소부장 기업이 성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본격화한 한·일 무역 갈등 이후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내 소부장 기업 육성 정책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국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생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부장 국산화에 동참하는 등 납품 업체를 일본에서 한국 기업으로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더블유스코프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분리막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국내 업체에서 공급받는 부품의 비중을 늘리자 아사히카세이가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카세이는 2019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분리막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부터 한국과 중국 업체의 급성장으로 2위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협회 회장은 “진정한 기술 독립을 이루기 위해선 ‘원천기술 특허심판’을 더욱 꼼꼼히 진행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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